제목 : 시간을 달리는자 19화
지명은 의식을 잃은 채 불타는 집 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와 누이를 목격했다.
“아버지!”
그는 칼에 찔린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아버지! 누이! 제발 눈 좀 떠보세요!”
하지만 두 사람은 겨우 눈만 뜰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명아...”
그때, 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힘겹게 말했다. 지명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 아버지...”
“어서... 도망가거라...”
“네...? 지금 뭐라고...?”
“어서...”
그 말에 지명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날렵한 검이 그의 몸을 베었다.
“아악!”
힘없이 쓰러진 지명의 시야 속으로, 한 남자가 그의 목걸이를 빼앗아 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들어왔다.
“아... 안 돼...!”
지명이 몸부림치며 깨어났을 때, 그는 시우와 함께 나무에 묶여 있었다. 그의 두 뺨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흐느끼는 지명에게 시우가 말했다.
“괜찮아요, 대장?”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지명이 다급히 물었다.
“경시우! 괜찮냐?!”
“네, 전 괜찮아요.”
“다행이다...”
시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놈들, 비겁하게 뒤에서... 아, 잠깐! 목걸이요! 목걸이는요?!”
지명은 힘없이 대답했다.
“빼앗겼어...”
“네?! 아니, 어떻게...”
시우는 당황했지만, 곧 지명을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장.”
“어...?”
“부족원들에게도 이제 말하는 게 어때요?”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둘뿐이었잖아요. 고작 두 명이 뭘 얼마나 할 수 있겠어요? 아직 시간도 있고, 성문까지 거리도 멀고요.”
“아니야... 이미 늦었어...”
“아니에요! 김찬영 그 자에게도 도움을 청해요. 그러면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계속 부정적인 말을 반복하는 지명에게 시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야!”
지명이 흠칫했다.
“의지박약한 놈아! 어린놈이 패기가 없어! 너 여기서 포기할 거야?! 너 하나만 믿고 따르는 우린 뭐가 되는데?!”
“엇... 야...!”
“어린놈이 패기는 있어야지! 계속 부정적인 말만 하고!”
지명은 '어린놈'이란 말에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야, 나 너보다 아홉 살 많아. 그런데도 지금껏 대장이라고 따라다녔어. 근데 포기해?!”
시우는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하... 이번 한 번만 봐준다. 당장 부족원들이랑 김찬영한테 말하고, 다시는 관둔다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알겠어?”
지명은 놀라며 말했다.
“네... 네! 알겠어!”
“좋아. 자, 이제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말해봐.”
“여기서...? 어... 어떡하지...?”
“...진심이냐?”
“아, 아니지! 일단 돌을 구해!”
지명은 발 옆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발로 차 올려 손으로 낚아채더니 밧줄을 긁기 시작했다.
“잘 돼가냐?”
“어... 거의 다 돼가...”
하지만 밧줄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손에 쥔 돌은 너무 작았다.
“그건 거의 조약돌이잖아...”
“그런가...?”
“큰 거 없어?”
“음... 없어...”
시우는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지. 누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지명은 뻘쭘한 듯 돌을 땅에 던졌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풀벌레 소리만 들렸다.
“김찬영한테는 뭐라고 할 건데요?”
“나도... 잘 모르겠다.”
“하긴, 그렇게 오랜 시간 앙숙으로 살았으니까.”
지명은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찬영은 날 증오하지 않았어. 그럴 이유도 없었지. 나는 그의 유일한 벗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그 사람도 대장을 싫어하게 된 거예요?”
“글쎄... 내가 도적이 되고, 마립간을 살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써서겠지.”
“근데 그 누명은 왜 쓰게 된 거예요?”
“누군가 내가 도망가는 뒷모습을 봤대.”
“그 사람이 대장인지 어떻게 알고요?”
“내가 도적이잖아. 워낙 눈에 띄어서.”
“의심받기 완벽한 조건이었네요.”
“그러게 말이야.”
다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안 지나가네요...”
“밤이 깊었으니까...”
‘바스락.’
시우는 나뭇잎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어? 누가 오는 것 같아요!”
지명은 소리나는 방향을 주시했다.
“여기요! 우리 좀 도와줘요!”
시우가 소리치는 중에도 지명은 경직된 채 말했다.
“경시우. 조용히 해.”
“네...? 왜요?”
“쉿.”
시우도 눈치를 채고 숲을 살펴봤다. 그곳에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개의 눈이 있었다.
‘아니, 이 숲엔 호랑이가 왜 이렇게 많아?!’
시우는 겁에 질렸고, 지명도 움직이지 못했다.
‘망했다...’
그 순간, 물에 젖은 풀 냄새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무 위로 솟구쳤다.
“우왁! 난 항상 착지가 안 돼서...!”
그는 동해였다.
호랑이 등에 떨어진 그는 바짝 엎드려 목을 끌어안고 버텼고, 호랑이는 미친 듯 날뛰기 시작했다.
뒤이어 부족원들이 달려왔다.
“대장! 부대장!”
청산과 진화가 달려와 밧줄을 끊었다.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근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동해가 알려줬는데요?”
“동해?!”
동해는 호랑이 등에 매달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지명은 진화의 화살을 빼들고, 호랑이의 목을 정확히 겨냥해 쐈다.
화살은 정확히 목에 꽂혔고, 호랑이는 쓰러졌다.
지명은 동해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냐?”
“대장 말 다 들었죠. 다시 가보자고 했잖아요.”
“그게 들렸어?”
“네, 노력하지 않아도 들리던데요?”
동해는 따지듯 말했다.
“대장, 왜 한마디도 없이 위험한 일을 혼자 하세요?”
“맞아요! 우리 부족원이잖아요!”
시우가 말하자 동해가 곧장 반박했다.
“부대장도 똑같거든요.”
“그런가...? 하하...”
지명이 말했다.
“자세한 건 돌아가서 말하자. 일단 돌아가자.”
🎬 드라마 대본 – 19화
제목: "목걸이와 호랑이"
[SCENE 1 - 불타는 집, 지명의 무의식 세계]
(카메라: 클로즈업 – 지명의 얼굴, 땀과 고통이 뒤섞인 표정)
(배경음: 불타는 소리, 구조 요청 소리)
지명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 아버지!!
(카메라: 불길 속 아버지와 누이, 힘없이 누운 모습)
지명
(눈물에 젖어 다급히)
눈 좀 떠보세요… 아버지! 누이!
아버지
(피 흘리며 힘겹게)
지명아…
지명
아… 아버지…
아버지
(가쁜 숨)
어서… 도망가거라…
지명
예…?
아버지
어서…!
(카메라: 지명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휙— 검이 휘두르며 화면 빨간색 번짐)
지명
아아악!!
(슬로우모션: 지명이 쓰러지고, 한 남자가 목걸이를 빼앗아 감)
지명
(의식 잃기 전 마지막 힘으로)
아… 안돼…
— 화면 암전 —
[SCENE 2 – 어두운 숲속, 나무에 묶인 지명과 시우]
(효과음: 숨 가쁜 숨소리, 바람 소리)
(카메라: 천천히 깨어나는 지명의 눈 클로즈업)
지명
(숨을 몰아쉬며 흐느낌)
흐읍… 흐으…
시우
(옆에서)
괜찮아요, 대장?
지명
(정신 차리며)
경시우! 너 괜찮냐?!
시우
네, 전 멀쩡해요.
지명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시우
(분노에 찬 목소리)
그놈들, 뒤에서 비겁하게… 아! 대장, 목걸이는요?!
지명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뺏겼어.
시우
네?! 어떻게…
(잠시 정적, 시우 조용해진다)
시우
(진지하게)
대장. 부족원들한테도 이제 말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명
(망설이며)
하지만…
시우
우리 둘이서 할 수 있는 일, 이제 한계예요. 아직 시간이 있어요. 성문까지 거리가 있으니까요.
지명
(낙담하며)
아니야… 이미 늦었어…
시우
(큰소리)
야!
(지명 깜짝 놀람)
시우
이 의지박약한 놈아! 너 포기할 거야? 우리가 널 믿고 따라왔는데!
지명
엇… 야!
시우
어린놈이 패기도 없이! 계속 부정적인 말만 하고!
지명
(놀란 듯, 입만 벙긋)
시우
야, 나 너보다 아홉 살 많아. 그런데 대장이라고 지금껏 쫓아다녔어. 그런데 여기서 포기해?!
(카메라: 시우 얼굴 클로즈업, 분노와 진심이 뒤섞인 눈빛)
시우
이번 한 번만 봐줄게. 부족원이랑 김찬영한테 당장 말해. 다시는 “그만두자” 같은 소리 하지 마.
지명
(순순히)
네… 알겠어.
시우
좋아, 그럼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말해봐.
지명
어… 어떻게 하지…?
시우
…진심이냐?
지명
(당황)
아니지! 일단 돌부터 구해!
(지명, 발로 돌 차 올려 손에 낚아채고 밧줄 긁기 시작)
시우
잘 돼요?
지명
어… 거의 다…
(하지만 밧줄 끄떡없음)
시우
그건 조약돌이잖아요… 큰 거 없어?
지명
음… 없는데…?
(정적)
(효과음: 풀벌레 소리)
[SCENE 3 – 과거 회상, 그리고 위협의 등장]
시우
김찬영한테는 뭐라고 하실 건데요?
지명
…나도 잘 모르겠다.
시우
그렇게 오래 앙숙이었으니까…
지명
(죄책감 가득)
그는 나를 증오하지 않았어. 난 그의 유일한 벗이었거든.
(정적)
(효과음: 바스락— 나뭇잎 밟는 소리)
시우
어? 누가 오는 것 같아요!
지명
조용히 해, 시우.
(어둠 속, 두 개의 눈빛이 등장)
(BGM 긴장감 상승)
시우 (속마음)
'설마… 또 호랑이야…?'
(카메라: 호랑이 등장)
[SCENE 4 – 동해의 등장과 구출 작전]
(카메라: 나무 위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동해)
동해
(비명)
우왁! 착지는 역시 또 실패야!
(동해, 호랑이 등에 떨어지자 난동 시작. 부족원들 등장)
청산/진화
대장! 부대장!
(지명과 시우의 밧줄 끊김)
진화
괜찮으세요?!
지명
어… 근데 어떻게 알고 왔어?
청산
동해가 알려줬어요!
지명
동해가?!
(카메라: 호랑이 등에 매달린 동해, 절규 중)
지명
(화살을 꺼내 호랑이 목 겨냥)
(동해 튕겨나감, 호랑이 달려드는 순간 — 활 시위 ‘휙’)
(화살, 호랑이 목에 명중 → 쓰러짐)
동해
우어어! 죽을 뻔했잖아요!
지명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동해
대장 말 다 들렸죠. 다시 가보자고...
지명
그게 들렸어?
동해
네, 안 들을 수가 없던데요?
(잠시 정적)
동해
대장, 왜 우리한텐 말도 안 하고 혼자 위험한 일 하세요?
시우
(작게)
너희를 지키려고…
동해
부대장도 마찬가지죠.
(어색한 웃음)
지명
자세한 건 돌아가서 말하자. 일단 돌아가자.
(부족원들 ‘네…’ 하며 따라나선다)
[SCENE 5 – 엔딩]
(배경: 들판을 달리는 일행, 밝아지는 하늘)
시우
대장도 정확히 목 맞추네요?
지명
응? 아, 호랑이?
시우
네. 김찬영 그 자도 목에 정확히 쐈잖아요.
지명
(살짝 웃으며)
그건 김찬영 아버지가 가르쳐준 거야. 우리한테 직접 알려주시곤 했지.
(카메라: 지명의 옆모습, 미소 속에 남은 눈물)
🟩 End of Episode 19